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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지] 공동체의 꽃이 피어난다 | 익산 회선마을
정책지원실 이름 관리자 날짜 2025-06-27 11:01:19 조회 95
[소식지 29호] 생생로그 | 익산 회선마을

공동체의 꽃이 피어난다
신선이 머물다 간 자리, 익산 회선마을
* 소식지 29호에 수록된 마을 소개 글입니다.


소나무 숲과 드넓은 들판이 한눈에
여느 농촌 마을처럼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70세 이상 어르신이며, 대부분은 50~60 대 중장년층이다. 젊은 층은 많지 않지만, 터가 좋다는 입소문 덕분인지 빈집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도시에서 귀촌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새로 터전을 잡은 이들도 금세 마을 주민과 하나가 된다. 나이나 출신보다 마음이 먼저 통하는 이곳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레 기대며 살아간다. 마을 북쪽에는 약 5천 평 규모의 푸른 소나무 숲이, 동남쪽으로는 계절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마을을 감싸안듯 흐르는 금강의 지류 함열천은 고즈넉한 물소리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넓고 평탄한 지형 덕분에 예로부터 벼농사가 발달했고, 이곳에서 나는 쌀은 알이 작고 투명해 밥맛이 유달리 좋다고 알려져 있다. 황토밭에서 자란 고구마는 다양한 미생물이 살아 숨 쉬는 토질 덕에 당도가 뛰어나고 색이 짙어 미식가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주민들의 손으로 일궈낸 아름다운 경관  
회선마을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마을 주민의 손’으로 일궈낸 아름다운 경관이다. 주민들은 땀과 정성을 쏟아 나무를 심고 꽃씨를 뿌리며 마을을 직접 가꿔왔다. 마을 입구의 우범지대를 화사한 야생화 동산으로 바꾼 것도, 마을 한가운데 고선지 공원을 조성한 것도 모두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노동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1가구 1 나무 갖기 운동’처럼 소박한 실천들이 모여 지금의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만들었다. 사계절 내내 꽃이 피고 골목마다 깨끗함이 배어 있는 이곳은 단순한 미관을 넘어, 이 마을이 ‘함께 사는 법’을 알고 있다는 뚜렷한 표식이다. 2017년 주민들은 처음으로 마을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듬해 농촌현장포럼을 통해 마을의 미래를 고민 하며 발전 계획을 세웠다. 이후 생생마을 기초 단계와 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차근 차근 밟아왔다.



익산 대표 농요 계승 발전, ‘고선지 목동’ 동아리  
마을 초입의 야생화 동산은 사업비에 더해진 주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손길이 어우러져 예산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마을 한가운데 복지관이 들어서고 ‘가가호호 국화 키우기’ 같은 소박한 활동은 이웃 간의 정을 되살리는 마중물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것은 무형문화재 제1호 ‘익산 목발 노래’의 부활이다. 고(故) 박갑근 선생이 익산 각지를 다니며 예부터 농민들이 부르던 여러 농요를 채록해 체계화시킨 것이 삼기 농요이고, 그중에서 공연에 적합한 가락들로 재구성한 것이 익산목발노래라 한다. 박 선생은 전국 민속 경연 대회에 삼기농요 소리로 출전해서 문화부 장관상을 받았다. 다음 해에는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 익산목발노래로 참가해 국무총리상을 수상함으로써 ‘익산목발노래’는 전라북도 무형유산 제1호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박 선생의 1호 이수자이자 현재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이증수 씨는 선생의 정신을 잇기 위해 ‘고선지 목동’ 동아리를 만들고 전통을 다시금 불러내고자 노력 중이다. 지금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마을 회관에는 목발 노래의 구성진 가락과 신명 나는 장단이 울려 퍼진다. 30여 명의 주민이 본 팀과 시니어팀으로 나뉘어 연습에 구슬땀을 흘린다. 특히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도 함께할 수 있도록 앉아서 부르는 시니어팀의 모습은 회선마을의 따뜻한 배려와 단단한 공동체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체 음악회, 인재육성 장학금 등 조성 
마을에서는 매년 ‘목발 노래 발표회’가 열리고 있으며, 작년에는 전국 국악 경연 대회에서 일반부 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주민들에게 이 동아리는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우리가 지키는 우리 마을의 소리’라는 깊은 자부심을 심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회선마을에는 난타, 원예 치료 등 다양한 마을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고령화의 물결을 비껴갈 수는 없지만, 회선마을에서는 여전히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부녀회는 김장 담그기와 공동 급식을, 노인회는 경로당 운영과 주민 조직을, 청년회는 마을 환경 정비와 효도 관광을 맡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다. 이러한 공동체 조직들은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함께 해결하며 주민들이 동반 성장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준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 공동체의 결을 섬세하게 짜 나가는 회선마을은 설맞이 지신밟기, 정월 대보름 달집태 우기, 김장 행사 등 전통 행사 외에도 고선지 가을음악회, 고선지 인재 육성 장학금 사업 같은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활력을 더한다. 마을 학생들과 함께하는 벽화 그리기나 마을 잔치 등도 주민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서로 의지하며, 함께 피어나는 공동체 
특히 출향인들과의 유대 또한 남다르다. 2022년 마을 음악회를 시작으로 매년 고선지 마을 문화 교류 행사에 출향인들을 초청하고 있다. 고향의 향기 속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출향 주민들은 마을과 다시금 깊은 정을 나누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 모든 긍정적인 흐름은 단단한 마을 계획에서 비롯되 었다. 회선마을은 마을 포럼을 통해 10개년 발전 계획을 수립했고, 이를 하나씩 꾸준히 실현하며 성장해 왔다. 사람 중심의 계획, 그리고 그 계획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주민들의 뜨거운 열정이 오늘의 회선마을을 만들었다. 이증수 이장은 “예전엔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 죽을 때 까지 그 마을에서 모든 걸 치르던 시절이 있었죠. 저는 그 시절처럼, 우리 어르신들도 서로 돌보고 함께 늙어갈 수 있는 마을을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요즘은 정해진 수순처럼 일정 연령이 되면 요양원으로 향하는 노인들이 많다. 이장님의 바람처럼 매일 아침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같이 살아가는’ 마을이 되기를 회선마을은 그려가는 중이다. 
지금도 회선마을은 계절을 따라 꽃을 피우고, 사람의 따스한 손길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따뜻한 공동체의 길을 걷고 있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농촌 공동체 마을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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